평단가 낮췄는데 손실이 그대로인 이유

주가가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고민하게 됩니다. 평단가가 내려가면 계좌가 나아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. 실제로 매수 버튼을 누르면 평단가는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.

그런데 계좌에 찍힌 손실 금액은 그대로입니다. 며칠 뒤 주가가 조금 더 빠지면 오히려 손실이 늘어 있습니다. 분명히 싸게 더 샀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습니다.

이건 착각이 아니라 계산상 당연한 결과입니다. 왜 그런지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.

평단가와 손실 금액은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

계좌 화면에는 비슷해 보이는 숫자가 여러 개 있습니다. 이 셋을 구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.

항목계산 방법물타기를 하면
평단가총 투입 금액 ÷ 총 보유 수량내려간다
손실률손실 금액 ÷ 총 투입 금액내려간다
손실 금액총 투입 금액 − 현재 평가 금액그대로다
물타기가 바꾸는 것과 바꾸지 못하는 것

평단가와 손실률은 나눗셈으로 나오는 비율입니다. 분모인 투입 금액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작아집니다. 반면 손실 금액은 뺄셈으로 나오는 실제 돈입니다. 비율이 좋아 보이는 것과 돈을 덜 잃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.

물타기 직후, 손실 금액은 1원도 줄지 않습니다

10,000원에 100주를 샀는데 주가가 5,000원이 된 상황입니다. 여기서 5,000원에 100주를 추가로 사보겠습니다. 주가가 움직이지 않은 그 순간의 계좌를 비교합니다.

구분투입 원금보유 수량평단가평가 금액손실 금액손실률
물타기 안 함100만원100주10,000원50만원-50만원-50.0%
물타기 함150만원200주7,500원100만원-50만원-33.3%
평단가와 손실률은 내려갔지만 손실 금액은 같습니다

평단가는 10,000원에서 7,500원으로, 손실률은 -50%에서 -33.3%로 내려갔습니다. 그런데 손실 금액은 50만원 그대로입니다. 50만원을 더 넣어서 50만원어치를 더 샀으니, 손해 본 돈이 바뀔 이유가 없습니다.

🚨 착시는 여기서 생깁니다

계좌 화면의 손실률이 -50%에서 -33%로 바뀌면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입니다. 하지만 잃은 돈은 50만원 그대로입니다. 손실률이 내려간 것은 분모가 커졌기 때문이지 손해가 줄어서가 아닙니다.

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이 진짜 문제입니다

물타기의 효과는 그 순간이 아니라 이후 주가가 움직일 때 나타납니다. 두 방향을 모두 계산해 보겠습니다.

주가가 4,000원으로 더 떨어지면

구분투입 원금보유 수량평가 금액손실 금액
물타기 안 함100만원100주40만원-60만원
물타기 함150만원200주80만원-70만원
추가 하락 시 물타기한 쪽이 10만원 더 잃습니다

주가가 6,000원으로 반등하면

구분투입 원금보유 수량평가 금액손실 금액
물타기 안 함100만원100주60만원-40만원
물타기 함150만원200주120만원-30만원
반등 시에는 물타기한 쪽이 10만원 덜 잃습니다

1,000원이 떨어지면 10만원을 더 잃고, 1,000원이 오르면 10만원을 덜 잃습니다. 정확히 대칭입니다. 주식 수가 100주에서 200주로 늘었으니 주가 1원당 움직이는 금액이 두 배가 된 것입니다.

물타기는 손실을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. 앞으로의 등락에 걸린 판돈을 키우는 행동입니다. 방향이 맞으면 두 배로 회복되고, 틀리면 두 배로 잃습니다.

본전 가격은 실제로 낮아집니다

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. 물타기가 실제로 유리하게 만드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. 본전까지 필요한 주가입니다.

구분본전이 되는 주가현재가 5,000원에서 필요한 상승률
물타기 안 함10,000원+100%
물타기 함7,500원+50%
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

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이 100%에서 50%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. 물타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다만 이 이득을 얻으려면 주가가 실제로 올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.

손실률이 깊어질수록 회복 조건이 얼마나 나빠지는지는 물타기와 손절을 가르는 기준에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.

떨어질 때마다 반복하면 어떻게 되나

앞의 계산은 물타기를 한 번만 한 경우입니다. 실제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. 떨어질 때마다 반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겠습니다.

단계매수가수량누적 원금총 수량평단가
1차10,000원100주100만원100주10,000원
2차8,000원100주180만원200주9,000원
3차6,000원200주300만원400주7,500원
평단가는 25% 내려갔지만 투입 원금은 200% 늘었습니다

평단가는 10,000원에서 7,500원으로 25% 내려갔습니다. 그동안 투입 원금은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00% 늘었습니다. 평단가를 조금 낮추려면 원금을 훨씬 크게 늘려야 합니다.

이 상태에서 주가가 5,000원이면 손실은 100만원입니다. 처음 100만원만 넣고 가만히 있었다면 손실은 50만원이었습니다. 평단가를 낮추는 대가로 손실 금액이 두 배가 된 셈입니다.

그럼 언제 물타기가 유리한가

앞에서 확인한 것 처럼 물타기는 주가가 오를 때만 유리한 구조입니다. 그러니 조건은 하나입니다. 이 주식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.

여기서 근거란 주가가 싸 보인다는 느낌이 아닙니다. 기업의 영업이익이 유지되고 있는지, 하락 원인이 회사에 있는지 시장에 있는지 같은 확인 가능한 항목입니다. 어떤 종목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지는 물타기 하면 안 되는 종목 특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.

💡 전략가의 노트

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계좌에서 평단가보다 총 투입 원금을 먼저 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. 평단가는 나눗셈 결과라 계속 좋아 보이지만, 투입 원금은 내가 실제로 걸어둔 돈이라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. 한 종목의 투입 원금이 전체 자산에서 어느 정도인지만 확인해도 판단이 달라집니다.

주가가 바닥을 찍고 곧바로 반등하는 국면에서는 지금까지의 계산이 반대로 작동합니다. 코스피는 2020년 3월 19일 1,457까지 떨어졌다가 그해 말 2,873으로 마감했습니다. 이런 구간에서 저점 부근에 추가 매수했다면 늘어난 수량이 그대로 수익이 됩니다.

다만 그 바닥이 바닥인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. 2020년 3월에도 하루 만에 돌아선 것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회복했습니다. 그 사이를 견딜 수 있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.

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회사라면 싸진 가격에 수량을 모으는 것이 몇 년 뒤에 유리하게 작동합니다. 이 글에서는 평가 손실 금액만 본 것이고, 좋은 기업에 시간을 늘려 투자한다면, 물타기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.

평단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

평단가가 내려갔다는 것은 돈을 더 넣었다는 뜻입니다.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. 손실이 줄어든 것도,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닙니다.

물타기를 할지 말지는 평단가를 보고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. 이 주식이 다시 오를 근거가 있는가 하나로 정해집니다. 근거가 있으면 늘어난 수량이 회복을 앞당기고, 없으면 늘어난 수량이 손실을 키웁니다.

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추가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문장만 물어보면 된다고 봅니다. 지금 이 종목을 처음 본다면 이 가격에 사겠는가. 답이 아니라면 평단가를 낮출 이유도 없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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